6. 《이웃집 토토로(1988)》
여섯 번째로는 또 다른 지브리의 대표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1988년에 나온 작품인데,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죠. 이 작품은 특히 ‘토토로’라는 캐릭터가 워낙 상징적이라, 지브리 하면 떠오르는 마스코트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랍니다.
줄거리를 살짝 말씀드리면, 사츠키와 메이 두 자매가 아픈 어머니의 요양을 위해 아버지와 함께 시골로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이들이 새로 이사 온 집 주변에는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데, 숲 속 깊은 곳에서 만난 큰 몸집의 털복숭이 생물, 바로 ‘토토로’죠. 사츠키와 메이는 토토로와 친구가 되고, 고양이버스 등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작품 전체가 아이들의 눈으로 본 자연과 환상적인 존재들로 가득 차 있어서, 굉장히 따뜻하고 포근한 기분이 들어요.
《이웃집 토토로》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스럽게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준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아이가 숲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호기심과 설렘, 가끔은 막연한 두려움 같은 감정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잔잔하게 표현되어 있거든요. 또, 가족의 사랑이나 이웃 간의 따뜻함도 잘 그려져 있고, 무엇보다 작품을 다 보고 나면 마치 숲에서 산책하고 나온 듯한 힐링을 얻을 수 있어요.
그림체나 색감 역시 과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마음이 편안해진달까요. 비가 오는 버스 정류장 장면에서 사츠키와 토토로가 우산을 쓰고 기다리는 씬 같은 건,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죠. 토토로가 우산을 흔들 때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이라든지, 아이들의 표정이 바뀌는 순간 같은 것도 아주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요.
만약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저는 이 작품을 강력 추천하고 싶어요. 물론 《센과 치히로》나 《모노노케 히메》 등 걸작이 많지만, 《이웃집 토토로》만큼 편안한 분위기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은 흔치 않거든요. 아이와 함께 보기에 최적의 애니메이션이기도 하고요. 마음이 지쳤을 때 보시면, 한결 따뜻해진 기분이 드실 거예요.
7.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2006, 2009)》
마지막으로 제가 꼽아본 일본 애니메이션 명작은 조금 장르가 다른 작품인데요, 바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입니다. 이는 타니가와 나가루가 쓴 동명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하고, 쿄토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예요. 2006년에 처음 방영됐고, 2009년에는 신작 에피소드가 추가되어 재방영되기도 했죠.
이 작품은 ‘SOS 단’이라는 수수께끼의 동아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SF 코미디 학원물이랄까요. 주인공이자 화자인 ‘키yon(쿈)’이 평범한 고등학생인데, 어느 날 같은 반에 있는 스즈미야 하루히라는 괴짜 소녀와 얽히게 돼요. 하루히는 지루한 일상을 싫어하고, 지구에 외계인·초능력자·미래인 등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런 ‘비일상적인 것’을 찾아다니는 걸 낙으로 삼는 인물이에요. 그리고 “SOS 단”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쿈을 억지로 끌어들이죠.
그런데 사실 하루히는 ‘신’ 같은 존재로서, 본인도 모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 이 작품의 핵심이에요. 하루히가 무의식적으로 바라는 것들이 현실이 되어버리거나, 전 우주가 뒤바뀌어버릴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쿈과 동아리의 다른 멤버(외계인, 미래인, 초능력자)들이 그녀를 감시하거나 관리하면서, 우주적 재앙을 막으려 애쓰는 코미디가 펼쳐집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애니메이션 업계에 준 충격은 꽤 컸어요. 독특한 에피소드 구성(방영 순서와 실제 시간 순서가 다름), 쿄토 애니메이션 특유의 아름다운 작화와 연출, 그리고 성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인기를 끌었죠. 또, 애니메이션 극 중에서 스즈미야 하루히와 친구들이 ‘하레하레유카이’라는 댄스를 추는 엔딩 영상이 인터넷에서 폭발적으로 퍼지면서, 댄스 따라 하기 같은 밈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유쾌함과 기발한 아이디어, 거기에 학원물 특유의 청춘미까지 어우러져서, 방영 당시 엄청난 팬덤을 만들었어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라이트 노벨 원작의 학원물+약간의 SF 설정’이라는 게 꽤 흔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이 그 장르의 붐을 크게 이끌었다고 해도 무방하거든요. 만약 2000년대 중후반의 일본 애니 흐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꼭 한 번 보셔야 할 중요한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마무리하며
이렇게 일곱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 명작을 쭉 소개해드렸는데, 어떠신가요? 사실 말씀드리고 싶은 작품이 훨씬 더 많아요. 예를 들어 《모노노케 히메》,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코드 기어스》, 《폴메탈 패닉》,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등, 애니메이션 명작은 정말 셀 수 없이 많거든요. 그렇지만 오늘은 요청하신 대로 딱 7작품에 한정해서, 가능한 한 자세히 말씀드려 봤습니다.
지금 소개해드린 작품들은 장르나 분위기가 다 달라요. 귀엽고 동화 같은 느낌부터 심오하고 복잡한 철학적 주제까지 다양하게 즐기실 수 있으니, 본인의 취향에 맞춰서 골라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 되실 때 한 편씩 정주행하시면, 왜 이 작품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명작’으로 불려왔는지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혹시 더 궁금한 점이나, 다른 작품 추천을 원하신다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그럼 오늘 소개는 여기까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즐거운 애니메이션 감상 되시길 바랄게요!